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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정의당을 위한 제언 | edited by Youngrok Pak at 8 years, 6 months ago.

새누리당은 흔들림이 없는 가운데, 민주당이 연이은 삽질로 국민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있는 지금, 희망을 걸 수 있는 정당이라고는 정의당 밖에 없다. 사실 나는 시장주의자인지라 정의당과 정치 성향이 맞지는 않지만, 현재 한국 정치에 필요한 선택 기준은 좌우가 아니라 옳은 일을 할 의지가 있느냐, 아니면 자기 이익만 추구하느냐라고 보기에, 현 상황에서 내가 새누리당이나 민주당을 선택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사실 새누리당은 시장주의라고 볼 수조차 없다. 오히려 기득권을 수호하기 위해 시장경제를 해치는 입장이므로 내가 보기엔 새누리당이야말로 좌빨이다. 그리고 정의당보다 작은 정당들은 아직 정치세력화까지 갈 길이 너무 멀다. 그렇다면 현재 내가 기대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우선 정의당이 빨리 커서 민주당의 자리를 대체하고 한동안 집권하여 일단 나쁜 짓을 하면 벌을 받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나쁜 짓을 하면 벌을 받는 세상이 되면 새누리당은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므로, 정의당과 경쟁하기 위해 올바른 보수 정당이 출현할 것이다. 그러면 그 보수 정당을 지지하면 된다.

하지만, 지금 정의당이 하는 모습을 보면, 민주당보다는 올바른 일들을 하고 있으나, 계속 흥행 참패다. 어쨋든 정치를 하려는 이상 인기를 얻어야 할 텐데, 정의당 사람들은 인기에 무심한 건지, 아니면 정말 인기를 위해 최선을 다했는데도 저런 상황인 건지, 민주당이 민심을 잃고 있음에도 정의당이 뭔가 얻고 있진 못하다. 그래서, 현 상황에서 정의당이 집권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에 대해 좀 머리를 굴려봤다. 

목표설정

정의당이 지금 하는 모습을 보면 하루하루의 의제에는 열심히 대응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목표지향적으로 움직인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다음 총선은 어떻게 할 것인가? 정의당 의석이 늘 것이라고 기대가 되는가? 대선 때는 과거 권영길만큼의 모습이라도 보여줄 수 있을 것인가? 아마도 두 질문에 대한 대답은 모두 No일 것이다.

목표를 세워야 한다. 그것도 BHAG를 세워야 한다. 크고, 위험하고, 대담한 목표. BHAG가 어떤 것이며, 왜 BHAG를 세우고, BHAG가 어떤 역할을 하게 되는지는 Built to Last를 참고하라.

현재 정의당의 BHAG로 세울 만한 것은 딱 두 가지 밖에 없다.

  • 다음 총선 때 제2당, 혹은 그 이상의 위치를 차지하는 것
  • 다음 대선 때 정의당 후보를 대통령으로 당선시키는 것

이 정도는 되야 크고 아름다운 위험하고 대담한 목표 아니겠는가. 내부적으로 몰래 세워놓는 것만으로는 의미 없다. 세상에 공표하라. 물론 비웃음도 많이 받겠지만, 뭐 어때, 비웃을 테면 비웃으라지.

실행계획

목표에는 당연히 구체적인 전략이 뒤따라야 한다. 내가 제시하고 싶은 전략은 네 가지다.

온라인에 집중하라

정의당의 절반 정도는 노동 운동에서 나온 사람들이고, 또 기본적으로 정치인은 세력 기반이 중요하다보니 오프라인을 중시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는 노무현이 왜 이겼는지를 기억해야 한다. 김대중의 승리에는 이인제의 공이 꽤 있었으나, 노무현은 사실상 수구 세력과 1:1로 정면대결해서 이긴 유일한 대통령이다. 하지만 선거 시작 전의 노무현은 훌륭한 정치인이긴 했으나, 민주당 내에서도 그다지 높은 위치라고 하기 어려웠고, 인지도도 그다지 높지 않았다. 그런데 인터넷 커뮤니티가 활성화되고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등의 인터넷 언론이 성장하면서 노무현의 좋은 모습들이 많이 알려졌고, 덕분에 소위 바람이라고 불릴 만큼 급격하게 지지도를 올릴 수 있었다. 여전히 어르신(?)들은 노무현에 대해 잘 몰랐지만 젊은 층의 여론은 노무현 쪽으로 크게 쏠렸고, 경선, 단일화 등은 인터넷에서 일종의 이벤트 역할을 하면서 여론을  더 뜨겁게 달구었다. 결국 인터넷 여론에서는 노무현에 대해 압도적인 여론이 형성되었고, 대선 승리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이 때의 패배를 그냥 넘기지 않았다. 이후 노무현 집권 내내 언론으로 노무현을 괴롭혔고, 인터넷에서 점점 영향력을 키워가기 시작했다. 이명박 때는 굳이 인터넷이 아니라도 어차피 새누리당이 이길 수 밖에 없는 구도였으니 그렇다 치더라도, 지난 대선은 이명박의 실정, 대선 후보의 압도적인 차이를 생각하면 민주당이 질래야 질 수 없는 싸움이었다. 하지만 인터넷은 이미 노무현 때의 인터넷이 아니었다. 인터넷 진보 언론들은 그동안 급격히 힘을 잃은 반면, 조중동은 그 사이 세를 크게 확장했고, 댓글부대가 SNS에 침투하면서 SNS 여론조차 압도적이지 못했다. 게다가 네이버는 완전히 수구 세력에 점령당해서 결국 인터넷 전체로 보면 오히려 밀리는 상황이라고 볼 수도 있을 정도. 사실 나 역시 개표 부정을 강하게 의심하고 있긴 하지만, 사실은 개표 부정이 나올 수 없을 만큼 차이가 벌어져서 이겼어야 하는 싸움인데 팽팽한 승부로 간 것 자체가 인터넷에서 이기지 못했기 때문이다.

선거를 지역 구도로 본다면 경상도와 전라도의 차이를 수도권에서 뒤집느냐 아니냐가 승부를 가른다고 볼 수 있고, 세대 구도로 본다면 50대 이상의 압도적인 지지를 20대가 얼마나 참여해서 뒤집느냐에 딸려 있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이 세그먼테이션이 전략적으로 유용하지는 않다고 본다. 세대 구분을 이야기하면서 20대의 참여를 독려했지만 정작 20대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압도적이라고 할 수 없었고, 실제로 30대 못지 않게 참여한 선거에서도 이기지 못했다. 지역 구도로 봐도 경상도 전라도는 어차피 그대로인 거고, 수도권에서 이겨야한다는 건 알겠는데, 그럼 수도권에서 이기려면 뭘 어떻게 해야 하는데? 이 질문에 답하기란 몹시 어렵다. 파고들지 못한다면 의미 없는 세그먼테이션이다.

그래서, 나는 이제 선거를 오프라인에서 밀린 것을 온라인에서 얼마나 극복하느냐가 승부라는 관점으로 보기를 제안한다. 인터넷에 친숙하지 못한 계층에선 어차피 이길 수 없다. 자기들 발등 찍는 제도를 내놓는 정당을 계속 찍어주는 사람들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불가능하다. 오바마처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지 마라. 오프라인에서의 여론 형성은 사적 네트워크가 중요하고, 사적 네트워크는 자원빨의 새누리당을 대적할 수 없다. 이길 수 없는 싸움은 내버려두고 온라인에 집중해야 한다. 이미 인터넷을 활발히 사용하는 인구만 공략해도 과반을 충분히 넘긴다. 노무현 때처럼 온라인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다면 선거도 이길 수 있다.

그런데 아쉽지만 온라인도 온라인 전체를 이길 수는 없다. 일단 네이버 댓글에서 이기는 건 불가능하다. 국정원까지 동원해서 댓글 부대를 운영하는 새누리당을 어찌 이기겠는가? 어뷰징이 가능한 채널은 이길 수 없다고 봐야 한다. 이길 수 없는 전장에서 이길 묘수를 찾아내는 건 다음 세대로 넘기고 이번 세대에서는 이길 수 있는 전장에서 확실히 이기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그럼 이길 수 있는 전장은 어디냐. 트위터와 페이스북, 둘 뿐이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이 공유하는 특징은 사적인 네트워크이면서 개방된 공간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카카오 스토리나 밴드처럼 사적인 성격이 너무 강하면 침투하기 어렵고, 네이버처럼 완전히 개방된 공간은 어뷰징을 막을 수 없다. 반면 트위터나 페이스북은 나와 성향이 비슷한 친구들이 모이면서도 간간이 반대쪽 목소리가 들려오는 공간이다. 그래서 침투할 가능성도 있으면서 물량공세의 어뷰징에 쉽게 흔들리지는 않는다. 좋게 보면 옳은 목소리가 이길 수 있는 전장이라는 뜻이다.

아마도 이런 SNS는 이미 이기고 있지 않느냐고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대부분 지인 네트워크라는 특성에서 오는 착각이다. 전체적으로 보면 SNS는 진보세력에 약간 우세하기는 하지만 여전히 적지 않은 수구 세력이 지키고 있다. 

스타를 키워라

그럼 온라인에서는 어떻게 이길 것인가? 일단 선거에 나설 인물들의 인지도를 키워야 한다. 이번에 김무성이 뜨는 과정을 보면 새누리당이 이걸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수구언론들은 끊임 없이 김무성에 대한 기사를 쏟아낸다. 마약 사위 사건이 김무성에게 실이 되었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오히려 이걸로 김무성을 모르던 사람들이 김무성을 알게된 효과가 더 클 것이다. 지지층은 어차피 그 정도 사건으로 입장을 바꾸지 않는다. 자기 사위가 걸렸어도 힘 있으면 빼주고 싶은 게 사람이니까. 사실 지난 선거 때까지만 해도 김무성은 아무 존재감이 없는 듣보잡이었다. 새누리당 골수 지지층도 김무성이 누군지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었을 거다. 근데 이제 다들 김무성이 누군지 알고, 다음 대선의 유력한 후보라고 생각한다. 최근 10년 간 한 번도 대선 지지도 순위 안에도 못 들었던 사람인데 말이다. 이런 게 인지도의 위력이다.

정의당도 인물들의 인지도를 키워야 한다. 심상정은 이번에 포풍사자후 사건 이후 인지도가 좀더 올라간 것이 다행이지만, 다른 인물들의 인지도는 거의 없는 수준이다. 그나마 인지도가 있었던 유시민은 선거에 나가지 않으니 소용 없고, 반짝 인기를 끌었던 서기호도 잊혀져가고 있다. 알려진 인물이 적으면 당도 힘을 받기 힘들다. 그런데 만약에 정의당에 박원순이나 이재명 정도의 인지도가 있는 정치인이 10여명 된다고 생각해보자. 많은 것이 달라질 것이다. 우리나라 선거가 당이 워낙 중요하니 당의 인지도를 올리는 게 중요할 것 같지만, 그건 새누리당-민주당 양강의 관점이고, 군소정당 입장에서는 당이 인물을 키우는 게 아니라 인물이 당을 키운다. 선거에 나와서는 안될 허경영 같은 사람도 인지도 하나로 지지를 얻는다. 당이 아니라 인물이 먼저다.

정의당이 어떤 올바른 주장을 하고, 좋은 법안을 발의하고 있는지, 혹은 새누리당이 만든 법안이 얼마나 사람들의 삶을 옥죄는지 분석하고 알려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의당의 인물들을 알리는 노력이 그보다 10배는 더 중요한 일이다.

어떻게 키울 것인가

그럼 스타는 어떻게 키울 것인가. 가장 좋은 것은 노무현이 청문회에서 한 것 같은 사건을 만드는 것이고, 이번에 심상정이 비슷한 성과를 냈지만, 이건 자주 오는 기회가 아니고 운도 따라야 한다. 지금은 더 바람직한 growth hacking 사례가 있다. 박원순과 이재명. 박원순은 동성애 인권 문제 이후로 다소 주춤했지만, 어쨋든 이 두 사람은 올바른 시정을 펼치고 있다는 것을 SNS로 꾸준히 소통하여 인기를 얻었다. 정의당도 이런 방식을 따라가야 한다.

하지만, 정의당은 박원순과 이재명을 그대로 따라할 수는 없다. 시장은 행정으로 즉각적인 실행을 할 수 있는 힘을 이미 가졌다. 좋은 정치를 이미 하고 있다면 그걸 알리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정의당은 실제로 "좋은 일"을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 그렇다고 봉사활동 같은 걸 한다거나, 파업 현장에 간다거나 하는 건 올려봐야 소용 없다. 그래서 SNS로 지속적으로 소통하는데 힘을 기울여야 한다는 틀은 유지해야 하지만, 소통하는 컨텐츠는 달라야 한다.

정의당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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